2013. 3. 10. 14:13 관심사

어렸을 때는 독서를 참 좋아했습니다. 지금은 책을 스캔하는 것을 좋아하죠. (뭘까 이건..)

왠지 이나이에 쓸 팁은 아닌 것 같지만, 혹시 책을 스캔하고 싶은 니드가 있는 사람들을 위한 기술을 적어 봅니다. 단, '대충대충 그냥 되는대로 해서 글자와 여백을 분리해 인식할 수만 있음 되지않나?' 하는 사람들은 읽지 말아주세요. 날 이상한 사람이라 생각할 것 같아..


'스캔은 하고 싶은데, 책을 버리고 싶진 않아..' 

라고 다들 생각합니다. 저도 그랬습니다만, 요즘은 제 책이면 그냥 잘라서 스캔합니다. 


책을 잘라내다

사실 책을 자르는 도구가 없으면 책을 커터로 잘라내는 것도 큰 일입니다. 예쁘게 절대 안잘라져요. 힘을 들여 자르다보면 커터길이 점점 휘어져 책 가장자리가 비뚤어지게 됩니다. 이미 스캐너에 밀어넣기 전에 스트레스가 쌓이게 되죠. 제대로 안잘린 부분이 있으면 말려들어가다가 잼이 걸리기도 합니다. 그렇게 되면 종이가 구겨지고 찢어져 스트레스 두 배. 그 이유로 커터를 대 자르는 일은 이제 하지 않습니다. 대신 세단기를 구매했는데 이게 물건입니다. 책 머리가 툭 떨어져 나가는게 좀 중독 된다고나 할까. 쥐포나 오징어도 잘 잘리니 뭐 하나 구매하시는 것도 괜찮을 듯 싶습니다. 

자른 책을 스캔하다

스캐너는 양면스캐너를 추천합니다. 만약 단면스캐너라면 머리를 좀 쓰셔야해요. 각 방향으로 먼저 스캔을 하기 때문에, 먼저 방향별로 잘 묶어서 시간별로 소팅을 하고 방향별 이름을 엇갈리게 잘 정해주어 다시 한 폴더에 합쳐 이름순으로 소팅해야 합니다. 말은 그지같이 했는데 뭐 해보신 분들은 다 아실 것 같습니다. 양면이면 그런 머리쓰는 단계를 건너뛰어도 되죠.

책을 pdf로 만들다

이건 정말 여러 방법이 있습니다. 아이패드 등으로 볼 때에는 크게 문제가 없지만, e-ink단말기로 보시는 분들은 작은 화면과 해상도 안에서 최대한 꽉 차게 보고싶은 욕구가 있거든요. 최대한 텍스트가 있는 부분만 크로핑 해내야 합니다. 또 OCR을 하고 싶으신 분들은 맨 밑의 페이지부분도 잘라내야 하고, 전체적인 레벨도 잘 조정해주셔서 글자를 진하게 해주셔야 합니다. 관련 프로그램도 많고, 또 잔손도 엄청 가는 부분입니다. 이 작업에서 e-book의 퀄리티가 결정됩니다. 


말이 좀 샜습니다.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스캔은 하고 싶은데, 책을 버리고 싶진 않아..'

네. 이분들입니다.

고행의 길을 가고 싶으신 분들을 위한 조언 들어갑니다. 이미 이 길을 선택하신 당신은 끈기있는 성실한 성격의 소유자. 작은 미물을 소중히 여기고, 자연을 사랑하는 인간. 쪼잔한 성격에 시간은 많은..(이하 생략)


이분들은 '책을 잘라내다'는 스킵합니다. 하지만, 그의 두세배 고통스러운 '책을 스캔하다'를 견뎌 내야합니다.



온전한 책을 스캔하다

온전한 책을 스캔하는 것은 온전한 정신으로는 힘듭니다. 하지만, 책을 pdf로 만들 때 최소한의 노력을 들이기 위해서는 스캔을 잘 해야만 한다는게 핵심이죠. 여기에서는 고퀄리티로 책을 스캔하는 방법과 신경써야 하는 포인트들을 짚어드립니다.

1. 똑바로 스캔해야 한다

똑바로 스캔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책을 꺾어 잘 펴줍니다. 어렸을 때 교과서 잘 펴지라고 부모님들 께서 책머리를 꺾어주셨던 분들 바로 그대로 하시면 됩니다. 그게 뭔지 이해가 안가시는 분들 죄송합니다. 더 이상 설명을 자세하게 못하겠네요. 동영상을 올리기도 귀찮은데 너무 성의 없나요. 죄송합니다. 우선 책을 잘 펴야하고, 스캔하는 유리면의 왼쪽/윗쪽 모서리에 책을 잘 맞추어 줘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책을 펼쳐 먼저 유리면에 밀착하고 왼쪽/윗쪽으로 책을 밀어 붙여야 합니다. 그리고는 스캔되는 순간 책을 위에서 눌러줍니다.

2. 끊어지지 않게 버튼을 눌러야 한다

책의 두께에 따라 틀리지만 책한권 스캔하는 시간은 엄청 깁니다. 이 시간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는 리듬을 타야 합니다. 스캐너의 형광등(혹은 LED)가 복귀를 하는 동안 예술적으로 책장을 넘겨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멈추는 소리를 잘 듣고 다음 스캔 버튼을 눌러야 합니다. 익숙해지면 형광등이 멈추지 않고 미친듯이 왔다갔다 하게 됩니다.

3. 손목에 무리를 최소화하라

책의 무게가 생각보다 무겁습니다. 책장을 넘기는 작업이 권당 보통 150-200번 정도 발생하게 되는데, 손목에 무리가 안 갈수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책장을 넘기지 않을 수는 없기 때문에, 책장을 넘길 때 최소한의 높이로 책을 들어 몸 앞쪽으로 당긴 뒤 90도만 틀어 책장을 넘기고 다시 밀어 넣습니다. 책을 180도 뒤집어 책장을 넘기고 다시 뒤집는 작업을 하면 한권이상 스캔하기 힘듭니다. 눈으로 확인이 불가능 하더라도 자신을 믿으세요. 58페이지 다음에는 60페이지가 보이도록 넘겼을 꺼라고 확신을 가지세요. 노하우요? 그런건 가르쳐 주는게 아닙니다. 마음으로 느끼고 몸으로 배워야 합니다. 좀 타고나야 할까요?

4. 책장을 테크니컬하게 넘겨라

책장을 넘길 때의 디테일입니다. 책등이 위로 향한 상태에서 90도만 틀어 책장을 넘긴 후 다시 뒤집을 때 손바닥으로 책 아랫면에 댄 상태로 유리면에 밀어 넣으세요. 책이 구겨지거나 밀려 스캔되지 않게 하기 위해섭니다. 잘못 스캔된 부분이 너다섯군데만 발생해도 시간이 3~40프로는 더 걸려요. 중간에 페이지를 집어넣어야 하는데, 위치 찾고 잘못된 파일 삭제하고 재스캔한 파일의 파일이름을 변경해주고 등등 신경써야 할 것이 너무 많습니다. 

5. 페이지 부분을 가려라

책의 페이지 부분은 사족입니다. 그 부분에 소제목이 나오긴 하지만, 그 부분 때문에 책의 세로 길이가 길어지게 되어, 작은 화면 안에 꽉 차게 볼 때 글씨가 너무 작아지는 현상이 발생하게 됩니다. 과감하게 잘라버려야 하는데 이 작업을 pdf 를 만들 때 하게 되면, 이미지 한장한장을 모두 보정해야 합니다. 쓰러지죠. 한번 스캔하고는 질려버리게 됩니다. 스캔할 때 스캔유리면 위를 적당히 가려서 페이지 부분을 가리게 되면 텍스트만 꽉 차게 만들기 쉽습니다. OCR할 때도 페이지 부분 때문에 헛갈리지 않겠죠.

6. 흑백으로 스캔해라

왠지 그레이스케일이나 칼라로도 하고 싶겠지만, 잘라 자동급지 스캔하는 것이 아니라 책을 넘기면서 스캔할 때에는 과감히 포기하세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립니다. 한 권 스캔 하고 나면 두시간 자야돼요.

7. 자신만의 룰을 만들어라

중간에 스캔을 쉬어야 하는 경우가 분명히 발생합니다. 갑자기 전화가 오거나, 택배 아저씨가 오거나, 음악을 다른 것이 듣고 싶어 진다던가, 화장실에 가고 싶다던가 할 때 말이죠. 이럴 때 일을 보고 다시 앉으면, 스캔을 한페이지인지 안한 페이지인지 가물가물 하게 됩니다. 그러면 정말 귀찮아지죠. 저같은 경우는 스캔을 한 페이지를 엎어두고 다른 일을 합니다. 다시 복귀해서는 어느 상황이던 페이지를 넘기고 스캔해야 하는거죠.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중요합니다.

8. 실수하지 마라

위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페이지를 빼먹고 스캔한다던가 두번 스캔한다던가 구겨져서 다시 스캔한다던가 하게 되면 나중에 파일 정리하는데 상당히 많은 시간이 들게 됩니다. 무조건 완벽하게 스캔해야 합니다.


주저리주저리 이야기했지만, 웬만큼 꼼꼼한 사람이 아니라면 책을 넘기면서 하는 스캔은 추천하고 싶지 않네요. 그냥 세단기랑 양면 스캐너 구매하시는게 건강에 좋습니다. 나 이런 글 왜썼지? 

posted by zstus
2013. 2. 13. 11:15 먹고살려고 하는 일




정보 기반의 서비스를 한다는 것은 고객에게 더 준비된 상태에서 서비스할 수 있다는데 의의가 있다. 정보를 기반으로 한 두 스텝 더 진입된 상태로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게 한다던지, 고객의 미래 행동을 예측하여 먼저 서비스를 준비한다던지 하는 것이 그 것이다.

정보는 최신 정보일 수록 유용하다. 그것이 현재의 상태 정보라면 더할 나위도 없다. 그 중 비교적 최근에 사용률이 높아진 정보가 바로 위치정보다. 과거에도 위치정보는 유용하게 사용되었지만, 대부분은 정지되어 있거나 이벤트에서 한참 떨어진 시간에 수집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지도에서 매장의 위치를 보여주거나, 카드사용정보를 통해 고객동선 히스토리를 유추하는 것들이 그런 것이다. 

고성능의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탑재되어있는 여러 기능들을 활용한 서비스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는데, 그 중 가장 유용한 것이 바로 GPS를 통한 실시간 위치정보를 활용한 것들이다. 

위치는 액션이 발생하는 장소다. 다른 말로 표현 하자면, 고객의 행동이 발생하는 현장이다. 시간/인물과 함께 이벤트의 가장 중요한 요소를 구성하고 있다는 것은 이벤트 등록기능을 보아도 알 수가 있다. 이 위치를 실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수많은 서비스들을 만들어내거나 그 서비스들의 향상된 버젼을 재창조할 수 있게 된다.

이 위치정보 활용 서비스 중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이 바로 포스퀘어(Foursqeare:https://foursquare.com)다. 나는 트위터나 페이스북보다도 포스퀘어가 더 연구가치가 높고 새로운 서비스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기존의 메시징이나 블로그 혹은 커뮤니티의 단순화 혹은 발전된 형태로써의 트위터나 페이스북도 의미가 있지만, 새로운 정보 기반의 SNS 서비스를 만들어낸 포스퀘어의 아이디어는 전자들과는 다른 창조적 신선함이 있다.

포스퀘어는 정보를 공유하는 SNS의 기본공식을 따르고 있지만, 기존 SNS의 시간개념(트위터의 타임라인을 생각해보라)에 위치정보를 결합하여 보다 돈독한 실시간적 유대관계를 만들어내고 있다. 단지 동일한 시간에 함께 이야기하는 것에 더해 지금 내 주변에 그들이 있다는 것 혹은, 과거 어느 시간에 그들이 지금 나와 같은 장소를 공유하고 있었다는 것은 분명히 과거에는 추가적인 노력없이는 쉽게 얻을 수 없는 정보(정보라기 보다는 느낌)다. 거기에 더해 내가 소유하려면 턱도 없는 빌딩이나 공공시설등을 소유할 수 있는 게임적인 요소를 포함하여, 특별한 컨텐츠의 제공 없이도 고객들이 서로 지속적인 컨텐츠를 생산하고 공유하게 만든다.

iOS에서도 이런 서비스들을 지속적으로 OS 기본기능으로 집어넣고 있는데, 위치 기반의 To Do나 PassBook이 그것이다. 기존의 To Do를 보면 모두 시간이 기본이다. 특정시간이 되면 이벤트가 발동하는 방식이다. 기존에는 '저녁 때 집에서 뭔가 인터넷쇼핑으로 주문을 해야지'했다면, 집에 도착해 있을 시간을 예측하여 To Do를 생성했다. 하지만, 퇴근을 못해 To Do를 재 지정하거나 클리어해버리고는 잊어버리는 경우가 종종 발생 할 수밖에 없었다. 미래 시점의 상태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애플에서는 To Do에 위치정보 활용하여 현재 내 위치가 어디를 벗어나거나, 어디에 진입했을 때 To Do가 발동하는 발상의 전환을 해냈다. 

옛날에는 보통 사람들이 데스크탑에서 작업을 했는데, 내 위치가 변해도 그 위치를 감지할 수 없고 감지한다 해도 그 To Do 워닝은 고정되어있는 그 데스크탑에서 발동할 테니 위치기반의 이벤트 발동이 의미가 있을리 없다. 하지만, 인프라는 변했고 이제는 사람들이 디바이스를 들고 다니면서 To Do를 보고, 그 디바이스에는 GPS가 달려있어 내 현재위치를 쉽게 알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변하는 인프라를 감지하지 못하면 새로운 비즈니스를 구상해낼 수 없다.

패스북도 마찬가지다. 쿠폰이나 카드를 하나의 앱에서 관리하는 개념은 iOS에 개발자라면 누구나 생각해 낼 수 있고(리얼월드의 지갑의 컨셉이고 새로울 건 하나도 없다.), 그런 카드관리 앱은 앱스토어에 넘쳐났다. 애플에서는 이 개념에 위치정보의 활용을 더했다. 해당 쿠폰이나 티켓 혹은 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위치가 되면 폰에서 메시지를 보내주는 것이다. '이 근처에 이 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장소가 있는데요?'라고 물어보며, 사용자가 터치만 하면 바로 그 카드나 쿠폰을 띄워 준다. 위치정보를 활용하여 접근성을 높여준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나도 4년전 쯤 회사 설계사들이 쓰는 시스템에 위치정보를 활용한 기능을 만들어 넣은 적이 있다. 그 때는 데스크탑용 웹이었기 때문에 지도 위에 고객의 위치들을 보여주어 하루종일 움직일 동선을 구성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었다. 나름 신경을 써서 만들었지만, 그 당시에는 직관적으로 거리 등을 확인해서 가장 짧은 동선을 만들어줄 수 있게 하는게 고작이었다. 하지만, 2년전 쯤 모바일로 해당 기능을 포팅하게 될 때에는 나의 현재위치 정보를 활용해서 지금 내 근처에 있는 고객들의 리스트를 보여줄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 할 수 있었다. 이제 설계사들은 고객과의 약속이 취소되었을 때 버튼 하나로 근처의 다른 고객을 쉽게 찾아 컨택해볼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 변경된 인프라가 그것을 가능하게 해준 것이다.

하지만, 단지 인프라에 대한 이해만으로 위와 같은 서비스가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 기능들을 실제 세상과 연결시킬 수 있는 인문학적 접근이 이런 새로운 기능이나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위치정보 기능의 존재 이전에 왜 위치나 장소가 사람 사는 세상에 중요한 요소인지를 먼저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서 비즈니스를 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다.




posted by zstus
2012. 10. 18. 01:57 먹고살려고 하는 일

인더스트리에서는 시스템 개발작업이 끊이질 않는다. 예산작업 할 때도 팀마다 수개의 뉴 프로젝트는 기본. 새로운 기능 몇 개 더하는 것으로는 성이 안찬다. 하지만, 새로 만들어진 시스템으로 얼마나 ROI가 나고있는지에 대해 지표를 만들고 관리 및 측정을 하는 것에는 아직 익숙하지 않다. 이런 상황 하에서 매니저들은 올해도 승인해야 하는 수억에서 수십억이 되는 프로젝트들 앞에서 고민하고 있다.

매니지먼트는 프로젝트를 승인하기 위해 프로젝트 산출물이 가져올 비즈니스 인핸스먼트와 수행 비용을 저울질 한다. 하지만, 업체가 들고온 견적서의 비용만으로 괜찮은걸까? 

요즘 FTA 발효 이후 각 기업들은 MS/IBM/오라클의 라이센스 감사를 받느라 정신이 없다. 이들은 테스트 서버의 OS나 어플리케이션 라이센스까지 샅샅히 긁어 받아가려 하고 있고, 기업들은 유야무야 넘어갔던 테스트 서버나 개발툴의 라이센스 비용 때문에 내년 예산이 올해 IT예산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비대해졌다. 이게 다 빌어먹을 외국 기업들 때문이라 생각한다면 조금 마음이 편해질 수는 있겠지만, IT예산을 콘트롤해야 하는 회사의 입장에서는 아무런 도움이 안되는 자세인 것은 자명하다.

하나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에 개발비만을 고려해온 것은 이땅에서 이미 한두해가 아니다. 심지어는 실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개발하러 들어오는데 개발툴은 개발자들이 가져와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허다하다. 과연 유지보수 할 때에는 그 툴을 사용하지 않을까? 이는 비단 인더스트리쪽 만의 책임은 아니다. 프로젝트를 수주하러 들어오는 IT업체들의 견적서에 개발툴이 들어가있던 적을 본적이 거의 없다. 비용을 낮추기 위해 기업쪽에서 유지보수시 신경써야 할 부분들을 모조리 생략하고 들고오는 것이다.

보통 프로젝트를 이행하는데 개발비/하드웨어 비용/솔루션 라이센스 비용 외에도 개발툴 라이센스 비용 등이 들어간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행 후 유지보수를 위해 들어가는 비용이다. 하드웨어는 테스트환경 및 UAT환경 구축비용을 추가해야 원활한 유지보수를 수행할 수 있다. 물론 어플리케이션 라이센스 비용은 모두 각각 따로 산정되어야 한다. 그리고, 각 서버나 솔루션들은 라이센스 비용의 리뉴얼도 고려해야 하고, 유지보수 계약도 맺어야 한다(이는 시스템의 보험이라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해당 OS나 솔루션들이 업그레이드 되는 경우에도 적지않은 비용이 들며, 솔루션들의 인터페이스들이 크게 변경되는 메이저 업그레이드인 경우 시스템의 보수가 필요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게다가 잊어서는 안되는 것이 추가 개발된 시스템에 대한 유지보수 인력도 내부에서 책정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프로젝트 수행비용 외에도 프로젝트 수행 비용의 수% 혹은 수십%의 비용이 매년 고정비로 나가게 된다. 프로젝트 도입 당시에는 추가 내부 맨파워에 대해서는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지만, 완료 이후 해당 시스템에 유지보수 인력이 붙게되는 것은 너무 빈번해서 특별히 강조할 필요도 없다. 제대로 해오고 있었다면 한해 수개에서 수십개의 프로젝트를 하는 회사의 경우 IT예산이 매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 된다. 제대로 해오고 있지 않았다면 앞으로 수십개의 눈덩이를 맞을 각오를 해야한다. 오라클 라이센스비용만 해도 장난이 아니니 말이다. 

신규 시스템의 개발인 경우 위처럼 고비용이 들기 때문에 그만큼의 ROI를 내고 있는가에 대해 측정하고 평가하는 작업을 소홀히하면 안되는 것이다. 물론 도입 이전에 면밀한 타당성 검토를 수행해야 하는 것이 더 중요함은 말할 필요도 없다. 보통 프로젝트의 타당성 검토를 하게 될 때 가장 많이 제시되는 것은 맨파워의 세이브 효과이다. 하지만, 프로젝트 이후 실제 인력이 줄어드는 경우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프로젝트의 효과가 분명히 있더라도 사람을 줄이는 일은 여러 문제가 얽혀있기 때문에  생각보다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결론은? 결론은 물론 각자 내려야 한다. 

회사의 상황에 따라 전략은 달라질 수 있고, 예산이 충분한 경우라면 여러가지 시도를 다양하게 해보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점점 비대해지는 IT예산을 콘트롤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 만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위와 같은 프로젝트의 본질을 이해하고 매번 도입 시 마다 인텔리전트한 잣대로 점검하지 않으면 안된다.

 점점 힘든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posted by zstus
2012. 8. 30. 09:09 먹고살려고 하는 일

‎'보편적 정서에 부합하는'이란 것처럼 어려운 말이 없다. 하지만, 상황이 어렵거나 복잡할수록 우린 더욱 더 보편적 정서에 기댈 수 밖에 없다. 사실 세상에 있는 모든 레귤레이션들도 그렇게 만들어졌다. 

보편적 정서라는 것은 자연의 섭리와 일맥상통한다. 거기 산이 있고, 들판이 있고, 강이 흐르는 것이 그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의 삶이 복잡해지면서 점점 나무를 자르고 구획을 나누고 강 물줄기를 돌리는 프레임웍들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물론 그것들은 기본적으로 보편적인 정서에 의거하여 만들어지지만, 이미 점점 자연스럽지 않게 되어버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자연스럽지 않게 된다는 것은 이해하기 위한 학습이 필요하다는 것이고, 그것은 보편성을 잃게 되었다는 가장 큰 증거가 된다.

테크놀로지에는 여러 분야가 있지만 나는 가장 R&D에 많은 투자를 해야하는 부분은 인터페이스 부분이라 생각한다. 발전하기 위해 고민을 해야하는 부분이 바로 UX부분이기 때문이다. 기술의 발전이 해결해주지 않는 부분이라는 이야기다. CPU의 클럭을 높이는 것은 - 물론 발열과 전력소비부분에 대한 고민은 해야겠지만 - 기술의 발전을 등에 업고 아무런 고민없이 1.2배, 1.5배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테크놀로지에 관심이 없는 일반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그 복잡한 하드웨어를 뒤로 숨기고 '무릎 위의 고양이'같은 모습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테크놀로지가 가능하게 하지만 테크놀로지만으로는 택도 없다는 것이 핵심이고, 그것을 인정해야 한다. 

물론 십수년동안 사람들을 세뇌시켜 시작버튼 같은 것을 보편적인 진리로 만들어내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십수년이 걸린다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왜 컴퓨터에도 휴지통이 있는지 심각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무릎 위의 고양이'를 잊지말자.

posted by zstus
2012. 7. 21. 12:41 사는이야기

나잇 엔 데이라는 톰크루즈 주연의 영화가 있다. 이 영화의 블루레이에는 감독판과 극장판이 함께 들어있는데, 나는 보통 감독판 보다는 극장판을 선호하는 편이다. 최초 감독의 의도도 중요하지만 역시 관객의 시선에서 그들의 기호에 맞는 장면을 적절히 재배치한 버젼이 항상 조금은 더 좋았던 기억이다. 그런데, 실수로 감독판을 보게 되었다.(어두운 방에서 리모콘으로 이런저런 조작을 하다보면 의도와는 다른 선택을 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으니까. 그래도, 귀찮아서 '뭐 어때'하고 말지만..)

이 영화의 감독판에는 주인공이 모터사이클을 타고 황소떼 사이를 달리는 부분이 극장판 보다 풍부(?)하게 들어있다. 왠지 보고 있으면 왜 극장판에서는 삭제되었는지 알 것 같기도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고. 정말 보는 내내 와 정말 CG 리얼하네 했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톰크루즈와 카메룬디아즈의 얼굴을 알아볼 수 있는 앵글들이 대부분이라 스턴트를 쓴 것은 분명히 아니었다고 생각했다. 눈이 좋아서 이런 것은 조금 자신있다. CG황소들이 너무 실감나서 22세기의 기술 같이 느껴졌었다.

다 보고 나서 시간이 좀 남아 서플을 감상하는데, 이런 그 액션들이 모두 CG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건 좀 쇼킹했다. 좁은 도로 위를 소떼와 함께 달리는 신이니 뭐 바닥을 스폰지로 만들거나 기계소 같은 것을 쓸 수도 없다. 정말 원시인처럼 성실하게 뒤에 카메룬디아즈를 앉히고 내 실력으로 달릴 수 밖에 없는 거다. 인터뷰하는데 그 달릴 거리를 걸으며 관중들에게 인사할 때 발바닥으로 해당 장소 돌바닥을 훑으면서 갔다는 이야기는 왠지 가슴찡하기까지 하다. 모터사이클을 타고 달릴 때 울퉁불퉁한 곳이 있다면 문제가 되니 살펴봤다는 건데, 살기위해서는 당연히 그래야 하는거지 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그 상황에서 그런 생각들이 머릿속에 할 일 3번이 되어 떠오르는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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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직업에 저렇게 임해본적이 있냐 하는 생각을 해보면 또 좀 긴장하게 된다. 그런 질문은 제발 받지 않았으면 한다. 어쨌든 서플을 본 이상 다시한번 조용히 저 영화를 한번 더 봐야겠다는 의지가 불끈불끈 솟아오른다. 두번째 볼 때는 왠지 움찔움찔 하면서 보게될 것 같지만 말이다.


이 표정은 레알 겁내는 표정입니다. 저 때 카메룬디아즈가 너무 세게 잡아서 숨을 쉴 수 없었다네요.



posted by zs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