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잇 엔 데이라는 톰크루즈 주연의 영화가 있다. 이 영화의 블루레이에는 감독판과 극장판이 함께 들어있는데, 나는 보통 감독판 보다는 극장판을 선호하는 편이다. 최초 감독의 의도도 중요하지만 역시 관객의 시선에서 그들의 기호에 맞는 장면을 적절히 재배치한 버젼이 항상 조금은 더 좋았던 기억이다. 그런데, 실수로 감독판을 보게 되었다.(어두운 방에서 리모콘으로 이런저런 조작을 하다보면 의도와는 다른 선택을 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으니까. 그래도, 귀찮아서 '뭐 어때'하고 말지만..)
이 영화의 감독판에는 주인공이 모터사이클을 타고 황소떼 사이를 달리는 부분이 극장판 보다 풍부(?)하게 들어있다. 왠지 보고 있으면 왜 극장판에서는 삭제되었는지 알 것 같기도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고. 정말 보는 내내 와 정말 CG 리얼하네 했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톰크루즈와 카메룬디아즈의 얼굴을 알아볼 수 있는 앵글들이 대부분이라 스턴트를 쓴 것은 분명히 아니었다고 생각했다. 눈이 좋아서 이런 것은 조금 자신있다. CG황소들이 너무 실감나서 22세기의 기술 같이 느껴졌었다.
다 보고 나서 시간이 좀 남아 서플을 감상하는데, 이런 그 액션들이 모두 CG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건 좀 쇼킹했다. 좁은 도로 위를 소떼와 함께 달리는 신이니 뭐 바닥을 스폰지로 만들거나 기계소 같은 것을 쓸 수도 없다. 정말 원시인처럼 성실하게 뒤에 카메룬디아즈를 앉히고 내 실력으로 달릴 수 밖에 없는 거다. 인터뷰하는데 그 달릴 거리를 걸으며 관중들에게 인사할 때 발바닥으로 해당 장소 돌바닥을 훑으면서 갔다는 이야기는 왠지 가슴찡하기까지 하다. 모터사이클을 타고 달릴 때 울퉁불퉁한 곳이 있다면 문제가 되니 살펴봤다는 건데, 살기위해서는 당연히 그래야 하는거지 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그 상황에서 그런 생각들이 머릿속에 할 일 3번이 되어 떠오르는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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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직업에 저렇게 임해본적이 있냐 하는 생각을 해보면 또 좀 긴장하게 된다. 그런 질문은 제발 받지 않았으면 한다. 어쨌든 서플을 본 이상 다시한번 조용히 저 영화를 한번 더 봐야겠다는 의지가 불끈불끈 솟아오른다. 두번째 볼 때는 왠지 움찔움찔 하면서 보게될 것 같지만 말이다.
이 표정은 레알 겁내는 표정입니다. 저 때 카메룬디아즈가 너무 세게 잡아서 숨을 쉴 수 없었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