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주문하러 엔제리너스에 들어갔다. 포스 앞에서 뭘 시킬까 고민을 하고 있는데, 앞의 직원이 웃으며 뒷쪽의 포스터를 가리키네. 따뜻한 말 한마디 이벤트라 저게 뭐지? 포스 앞에 오래 서있는 것 딱 질색이지만 뒤에 기다리는 손님이 없어서 천천히 읽어봤는데, 미리 정해진 따뜻한 멘트로 주문 하면 할인을 해주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아메리카노 한잔 주세요' 하면 20% 할인이고(원래 이렇게 하지 않나?), '안녕하세요? 제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아메리카노 한잔 주실 수 있을까요?' 정도까지 해낸다면 무려 50% 할인이다. 사실 할인해준다는데 싫어할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 저렇게 실실 쪼개면서 '자. 내가 시키는대로 할꺼지?'하고 있는 점원을 보고 있으니 짜증이 확 솟구치는 것을 어쩔 수 없다.

'50%인데.. 안할 수 있겠어? ㅋㅋ'

마치 서부시대의 악당이 총싸움에 이겨서 가랑이를 벌리고 주인공에게 그 사이로 지나가라고 하고 있는 듯한 표정인데 이건.
나는 남이 무슨 말을 하라고 하는 상황을 죽기보다도 싫어 하고, 그런 경우 그 말이 하고 싶었다 해도 그냥 안하고 마는 성격이다. 초등학교 시절 보이스카웃에서 선서를 따라하는게 어찌나 싫었던지 웅얼웅얼 끝까지 제대로 해본 적이 없을 정도다. 친한 사람들에게서도 그 핀잔을 받으며 꿋꿋하게 살아왔는데 내가 왜 내돈주고 커피 마시려는데 이런 시련을 겪어야 하는거지?

기분좋은 이벤트에 내가 뭐하는 거지 싶긴 했지만, 나는 나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린 상태로 이렇게 내뱉고 있었다.

'아.메.리.카.노'

...
..

지금은 좀 후회되네. -_-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