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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3.10 책스캔하는 사람들을 위한 방법서 1
2013. 3. 10. 14:13 관심사

어렸을 때는 독서를 참 좋아했습니다. 지금은 책을 스캔하는 것을 좋아하죠. (뭘까 이건..)

왠지 이나이에 쓸 팁은 아닌 것 같지만, 혹시 책을 스캔하고 싶은 니드가 있는 사람들을 위한 기술을 적어 봅니다. 단, '대충대충 그냥 되는대로 해서 글자와 여백을 분리해 인식할 수만 있음 되지않나?' 하는 사람들은 읽지 말아주세요. 날 이상한 사람이라 생각할 것 같아..


'스캔은 하고 싶은데, 책을 버리고 싶진 않아..' 

라고 다들 생각합니다. 저도 그랬습니다만, 요즘은 제 책이면 그냥 잘라서 스캔합니다. 


책을 잘라내다

사실 책을 자르는 도구가 없으면 책을 커터로 잘라내는 것도 큰 일입니다. 예쁘게 절대 안잘라져요. 힘을 들여 자르다보면 커터길이 점점 휘어져 책 가장자리가 비뚤어지게 됩니다. 이미 스캐너에 밀어넣기 전에 스트레스가 쌓이게 되죠. 제대로 안잘린 부분이 있으면 말려들어가다가 잼이 걸리기도 합니다. 그렇게 되면 종이가 구겨지고 찢어져 스트레스 두 배. 그 이유로 커터를 대 자르는 일은 이제 하지 않습니다. 대신 세단기를 구매했는데 이게 물건입니다. 책 머리가 툭 떨어져 나가는게 좀 중독 된다고나 할까. 쥐포나 오징어도 잘 잘리니 뭐 하나 구매하시는 것도 괜찮을 듯 싶습니다. 

자른 책을 스캔하다

스캐너는 양면스캐너를 추천합니다. 만약 단면스캐너라면 머리를 좀 쓰셔야해요. 각 방향으로 먼저 스캔을 하기 때문에, 먼저 방향별로 잘 묶어서 시간별로 소팅을 하고 방향별 이름을 엇갈리게 잘 정해주어 다시 한 폴더에 합쳐 이름순으로 소팅해야 합니다. 말은 그지같이 했는데 뭐 해보신 분들은 다 아실 것 같습니다. 양면이면 그런 머리쓰는 단계를 건너뛰어도 되죠.

책을 pdf로 만들다

이건 정말 여러 방법이 있습니다. 아이패드 등으로 볼 때에는 크게 문제가 없지만, e-ink단말기로 보시는 분들은 작은 화면과 해상도 안에서 최대한 꽉 차게 보고싶은 욕구가 있거든요. 최대한 텍스트가 있는 부분만 크로핑 해내야 합니다. 또 OCR을 하고 싶으신 분들은 맨 밑의 페이지부분도 잘라내야 하고, 전체적인 레벨도 잘 조정해주셔서 글자를 진하게 해주셔야 합니다. 관련 프로그램도 많고, 또 잔손도 엄청 가는 부분입니다. 이 작업에서 e-book의 퀄리티가 결정됩니다. 


말이 좀 샜습니다.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스캔은 하고 싶은데, 책을 버리고 싶진 않아..'

네. 이분들입니다.

고행의 길을 가고 싶으신 분들을 위한 조언 들어갑니다. 이미 이 길을 선택하신 당신은 끈기있는 성실한 성격의 소유자. 작은 미물을 소중히 여기고, 자연을 사랑하는 인간. 쪼잔한 성격에 시간은 많은..(이하 생략)


이분들은 '책을 잘라내다'는 스킵합니다. 하지만, 그의 두세배 고통스러운 '책을 스캔하다'를 견뎌 내야합니다.



온전한 책을 스캔하다

온전한 책을 스캔하는 것은 온전한 정신으로는 힘듭니다. 하지만, 책을 pdf로 만들 때 최소한의 노력을 들이기 위해서는 스캔을 잘 해야만 한다는게 핵심이죠. 여기에서는 고퀄리티로 책을 스캔하는 방법과 신경써야 하는 포인트들을 짚어드립니다.

1. 똑바로 스캔해야 한다

똑바로 스캔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책을 꺾어 잘 펴줍니다. 어렸을 때 교과서 잘 펴지라고 부모님들 께서 책머리를 꺾어주셨던 분들 바로 그대로 하시면 됩니다. 그게 뭔지 이해가 안가시는 분들 죄송합니다. 더 이상 설명을 자세하게 못하겠네요. 동영상을 올리기도 귀찮은데 너무 성의 없나요. 죄송합니다. 우선 책을 잘 펴야하고, 스캔하는 유리면의 왼쪽/윗쪽 모서리에 책을 잘 맞추어 줘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책을 펼쳐 먼저 유리면에 밀착하고 왼쪽/윗쪽으로 책을 밀어 붙여야 합니다. 그리고는 스캔되는 순간 책을 위에서 눌러줍니다.

2. 끊어지지 않게 버튼을 눌러야 한다

책의 두께에 따라 틀리지만 책한권 스캔하는 시간은 엄청 깁니다. 이 시간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는 리듬을 타야 합니다. 스캐너의 형광등(혹은 LED)가 복귀를 하는 동안 예술적으로 책장을 넘겨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멈추는 소리를 잘 듣고 다음 스캔 버튼을 눌러야 합니다. 익숙해지면 형광등이 멈추지 않고 미친듯이 왔다갔다 하게 됩니다.

3. 손목에 무리를 최소화하라

책의 무게가 생각보다 무겁습니다. 책장을 넘기는 작업이 권당 보통 150-200번 정도 발생하게 되는데, 손목에 무리가 안 갈수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책장을 넘기지 않을 수는 없기 때문에, 책장을 넘길 때 최소한의 높이로 책을 들어 몸 앞쪽으로 당긴 뒤 90도만 틀어 책장을 넘기고 다시 밀어 넣습니다. 책을 180도 뒤집어 책장을 넘기고 다시 뒤집는 작업을 하면 한권이상 스캔하기 힘듭니다. 눈으로 확인이 불가능 하더라도 자신을 믿으세요. 58페이지 다음에는 60페이지가 보이도록 넘겼을 꺼라고 확신을 가지세요. 노하우요? 그런건 가르쳐 주는게 아닙니다. 마음으로 느끼고 몸으로 배워야 합니다. 좀 타고나야 할까요?

4. 책장을 테크니컬하게 넘겨라

책장을 넘길 때의 디테일입니다. 책등이 위로 향한 상태에서 90도만 틀어 책장을 넘긴 후 다시 뒤집을 때 손바닥으로 책 아랫면에 댄 상태로 유리면에 밀어 넣으세요. 책이 구겨지거나 밀려 스캔되지 않게 하기 위해섭니다. 잘못 스캔된 부분이 너다섯군데만 발생해도 시간이 3~40프로는 더 걸려요. 중간에 페이지를 집어넣어야 하는데, 위치 찾고 잘못된 파일 삭제하고 재스캔한 파일의 파일이름을 변경해주고 등등 신경써야 할 것이 너무 많습니다. 

5. 페이지 부분을 가려라

책의 페이지 부분은 사족입니다. 그 부분에 소제목이 나오긴 하지만, 그 부분 때문에 책의 세로 길이가 길어지게 되어, 작은 화면 안에 꽉 차게 볼 때 글씨가 너무 작아지는 현상이 발생하게 됩니다. 과감하게 잘라버려야 하는데 이 작업을 pdf 를 만들 때 하게 되면, 이미지 한장한장을 모두 보정해야 합니다. 쓰러지죠. 한번 스캔하고는 질려버리게 됩니다. 스캔할 때 스캔유리면 위를 적당히 가려서 페이지 부분을 가리게 되면 텍스트만 꽉 차게 만들기 쉽습니다. OCR할 때도 페이지 부분 때문에 헛갈리지 않겠죠.

6. 흑백으로 스캔해라

왠지 그레이스케일이나 칼라로도 하고 싶겠지만, 잘라 자동급지 스캔하는 것이 아니라 책을 넘기면서 스캔할 때에는 과감히 포기하세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립니다. 한 권 스캔 하고 나면 두시간 자야돼요.

7. 자신만의 룰을 만들어라

중간에 스캔을 쉬어야 하는 경우가 분명히 발생합니다. 갑자기 전화가 오거나, 택배 아저씨가 오거나, 음악을 다른 것이 듣고 싶어 진다던가, 화장실에 가고 싶다던가 할 때 말이죠. 이럴 때 일을 보고 다시 앉으면, 스캔을 한페이지인지 안한 페이지인지 가물가물 하게 됩니다. 그러면 정말 귀찮아지죠. 저같은 경우는 스캔을 한 페이지를 엎어두고 다른 일을 합니다. 다시 복귀해서는 어느 상황이던 페이지를 넘기고 스캔해야 하는거죠.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중요합니다.

8. 실수하지 마라

위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페이지를 빼먹고 스캔한다던가 두번 스캔한다던가 구겨져서 다시 스캔한다던가 하게 되면 나중에 파일 정리하는데 상당히 많은 시간이 들게 됩니다. 무조건 완벽하게 스캔해야 합니다.


주저리주저리 이야기했지만, 웬만큼 꼼꼼한 사람이 아니라면 책을 넘기면서 하는 스캔은 추천하고 싶지 않네요. 그냥 세단기랑 양면 스캐너 구매하시는게 건강에 좋습니다. 나 이런 글 왜썼지? 

posted by zs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