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열차는 450억이 들어간 봉준호감독의 최신작이다. 송강호와 고아성이 나온 신을 제외한다면 우리나라 영화라고 하기 무색할 정도로 다른 주연부터 조연까지 모두 외국인 일색인데, 이 영화는 여러 사람들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벌써 개봉 12일만에 600만을 돌파했다.
이 영화 관련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많지만 개인적으로 남기고 싶은 것들이 몇가지 있는데,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으므로 관람 전인 사람들은 읽지 않는 것이 좋겠다.
커티스
이 영화는 커티스의 심리적 변화가 상당히 자주 일어나는데, 보통 일관된 무뇌성 직진적 성격을 보이는 일반 주인공들과는 달라 재미있다. 물론 주변의 상황이 계속해서 변하고 그에 따른 새로운 진실들을 알게되니 어쩔 수 없겠지만, 유약하고 혼란스러운 주인공은 이 영화의 긴장을 고조시킨다.
커티스는 살인자였던 자신의 과거를 버리고, 길리엄 같은 성인이 되고 싶은 남자다. 씻을 수 없는 과오의 순간이 길리엄의 팔에 의해 구원받게 된 이후 그것(팔을 내어놓는 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며, 넘어서고 싶은 구원의 열쇠가 된다. 내내 벽을 넘어서지 못한 것에 고통스러워 하던 커티스가 마지막 장면에서 자신의 팔을 내던지며 아이를 구해내게 되는데, 이 장면이 바로 이 영화의 카타르시스가 아닐까?
길리엄과 월퍼드
길리엄과 월퍼드는 자신들이 속해있는 소속에 얽매이지 않고, 그보다 한단계 위 레이어에서 절대적인 판단을 하며 열차 내의 승객(전 인류)의 생존을 위해 고민하는 공생관계를 유지한다.
보다 냉정해야만 하는 그들의 고뇌와 외로움은 폐쇄된 공간 속에서 극에 달하지만, 내 자신의 안위와 이익을 초월하며 그들을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자신들만의 어설픈 판단으로 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하는 자들에 의해 전 인류는 멸망의 위기에 놓이게 되었다는 아이러니가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아닌가.
어설픈 옥의 티
세상의 마지막 담배는 커티스가 피웠지만, 세상의 마지막 성냥은 다시 한번 부활 및 순간이동하여 전 인류를 멸망시킬 수 있는 도화선에 불을 붙였다.
송강호의 모피코트는 열차 폭발의 열기에 순간적으로 수축 타미의 몸에 꼭 맞는 사이즈로 재구성되어 새로운 미래를 꿈꿀 수 있게 해주었다.
프랑코는 송강호에게 목이졸리고 커티스에게 옆구리를 내어주며 숨이 멎었지만 다시 부활하여 마지막에 전 인류를 구할 뻔 했으니(결국 실패 했지만), 이 영화에서 유일한 신적 존재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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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08.11 설국열차 (2013) 1
2013. 8. 11.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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