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3. 30. 12:00 사는이야기

 

 

 

 

 

회사를 다니다 보니 낮에 돌아다니게 되는 일이 거의 없다. 스타벅스도 보통 아침 출근하면서, 혹은 점심시간에 점심을 먹고 나서 잠깐 가기 때문에 늘 복잡하고 사람이 많았다. 물론 그렇게 바쁠 때에는 자리에 앉아도 1층에 잠깐 앉거나 음료를 받자마자 회사로 돌아가는 것이 보통이니, '스타벅스는 늘 사람이 많고 정신 없는 곳이구나' 할 수 밖에.

얼마 전 일이 있어 휴가를 내고 개인적인 업무를 처리한 후 낮 시간에 명동 쪽에 있는 스타벅스에 간 적이 있었다. 그 스타벅스는 다섯층을 사용하고 있는데(대단하다) 각 층이 어떨지 궁금해서 음료를 시켜 들고 운동 겸 한번 올라가 보았다. '아 이럴 수도 있구나' 싶게 사람이 두 서너 무리 밖에 없다. 귀퉁이에 가만히 앉아서 음료를 마시며 책을 보려는데 , 몇 안 되는 사람들을 구경 하는게 책보다 더 재미있어 두 페이지 정도 밖에 읽지 못했다.

우선 노트북의 전원을 테이블 밑 콘센트에 탯줄처럼 연결하고 뭔가를 계속 작성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신들린 듯 치는 타자소리가 3층에 가득하다. 나도 꽤나 빨리 치기 때문에 쉽게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 사람 옆에서는 주눅이 들어 같이 타자를 칠 수 없을 것 같다. 그 두드리는 소리가 묘하게 타닥타닥 주술적 리듬을 타고 있어서 왠지 신에게 보내는 모르스 부호 같이 느껴진다. '지구 구원 날짜는 구정을 피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도로가 꽉 막혀 천사들의 랜딩에....(탁탁탁탁)'

다른 무리는 세 명 이서 번갈아 가며 계속 사진을 찍는다. 독사진을 제외한 모든 경우의 수를 돌아가며 찍어주고 찍히고 하는데 찰칵찰칵 정신이 없다. 한 번 찍고 확인한 후 만장일치로 맘에 들지 않는 사진들은 바로 삭제를 한다. 물론 모두가 만족스러워하는 사진이 나오면 어딘가로 실시간 업로드를 하고는 즐거워 한다. 대체 사진들이 어떻게 나왔길래 저렇게 만족스러워 하는지 궁금해져서 옆으로 다가가서 그 사이트를 물어보고 싶을 정도다. 가장 좋아하는 포즈들은 볼에 바람을 불어넣는 포즈인데, 세 명이 모두 바람을 불어넣고 찍은 사진도 업로드 되는 것 같았다.

한 명은 책을 무릎 위에 올려놓고 계속 잠을 잤다. 놀랐던 건 '저렇게 한 쪽으로 오래 기울어져 있으면 뭔가 균형이 맞지 않게 될 것 같은데'하는 생각을 할 때 쯤이면 바로 고개를 반대쪽으로 돌린다는 것이다. 놀랍게도 세 번 정도 정확하게 고개를 움직이는 바람에 흠칫 놀랐던 기억이 난다. '독심술로 내 마음을 읽은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자는 척 하는지 자세히 살펴보았는데, 왠지 그런 생각으로 보고 있으면 정말 자는 척 하는 것 같다. 독심술이 가능한 사람이라면 역시 평범하게 회사나 학교를 다니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 저렇게 애매한 시간에 스타벅스에서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살펴보며 다음에 이동할 몸뚱이를 찾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나저나 커피숍들의 테이블들이 너무 낮다. 몇 개는 가슴 정도까지 올라오는 것이 있어도 괜찮지 않을까. 노트북을 사용하거나 책을 읽을 때 고개를 많이 숙이고 싶지 않기 때문인데, 이러다가는 진짜 거북이가 될 지도 모르겠다.

 

 


posted by zstus